
반도체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회로가 집적된 초정밀 전자소자로, 단 하나의 미세 결함이나 전기적 이상이 제품 전체의 기능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및 품질관리 단계에서는 불량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고장 분석(Failure Analysis, FA) 기법이 필수적으로 활용됩니다. 고장 분석은 단순히 불량 칩을 식별하는 것을 넘어, 칩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이 제조 공정의 어떤 단계에서 유발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활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고장 분석 장비와 기법이 사용되며, 물리적·전기적·화학적 분석 방법이 결합되어 종합적인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미세화된 반도체 제품에서는 결함이 매우 작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해상도 이미징, 정밀 탐침 기술, 비파괴 분석 기법 등 고도화된 분석 기술이 요구됩니다. 본문에서는 반도체 고장 분석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기법과 그 원리, 적용 분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합니다.
외관 분석 및 비파괴 검사 기법
고장 분석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외관 분석(Visual Inspection)입니다. 주로 광학현미경을 통해 칩 표면, 패키지, 리드프레임, 본딩부 등 외부 물리적 손상을 확인합니다. 이때 금속 패턴의 단선, 크랙, 오염물 부착, 이물질, 패키지 변형 등을 식별할 수 있으며, 제품 파손이나 제조 공정 중 이상 여부를 초기 판단하는 데 유용합니다. 다음으로 활용되는 비파괴 검사 기법은 제품을 절단하지 않고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표적으로 X-ray 검사와 Scanning Acoustic Microscopy(SAM)가 있습니다. X-ray 검사는 와이어 본딩 단선, 패키지 내 납땜 불량, 내부 크랙, 공극 등을 2D 또는 3D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BGA, QFN 등 은폐형 패키지에서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SAM은 고주파 초음파를 활용해 내부의 계면 박리(delamination), 보이드, 접합 결함 등을 영상화할 수 있으며, 몰딩 내부의 기계적 손상 확인에 탁월합니다. 이러한 외관 및 비파괴 검사는 고장 분석의 초기 진단 단계로, 손상 범위를 확인하고 이후 정밀 분석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기적 분석 및 결함 위치 식별 기법
반도체 소자의 전기적 이상을 분석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Curve Tracer, LCR Meter, TLP(Transmission Line Pulse), OBIRCH, Photo Emission, EMMI(Electrostatic Microscope), PICA(Photonic Induced Current Analysis) 등이 있습니다. 전기적 특성 분석은 소자의 I-V 특성, 누설전류, 정전기 방전 내성, 트랜지스터의 Threshold Voltage 등을 측정하여 회로의 비정상 동작을 진단합니다. 특히 EMMI는 칩이 동작 중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열 방출 또는 광 방출을 포착하여 결함 위치를 식별할 수 있으며, 포토 에미션이나 전자 흐름에 따른 발광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입니다. OBIRCH(Optical Beam Induced Resistance Change)는 적외선 레이저를 칩 표면에 조사해 국소 저항 변화에 따른 반응을 측정하여 결함 위치를 찾아내는 고정밀 분석법으로, 미세 쇼트, 단선 위치 탐지에 효과적입니다. 이외에도 전자빔을 이용한 EBAC(E-Beam Assisted Current) 분석은 회로의 전류 흐름을 시각화해 결함 위치를 직접 추적할 수 있는 기법으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기법들은 전기적으로만 결함 위치를 좁혀가고, 이후 물리적 단면 분석과 결합하여 원인을 확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미세한 회로 결함이 육안이나 광학적 방법으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전기적 분석 기법은 고장 분석의 핵심 도구가 됩니다.
단면 분석 및 고해상도 물리 분석 기법
결함 위치가 전기적으로 식별된 후에는 실제 물리적인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단면 분석(Cross Section Analysis)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불량 칩을 기계적으로 절단하거나 이온빔으로 일부를 식각해 내부 구조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정밀한 위치 제어가 필요한 고난이도 작업입니다. 단면 분석 후에는 주사전자현미경(SEM), 투과전자현미경(TEM), FIB(Focused Ion Beam), Auger, EDS(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등의 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결함을 관찰하고 화학적 조성까지 파악합니다. SEM은 수십 나노미터 해상도의 표면 구조 분석이 가능하며, 트랜지스터 게이트, 금속 배선, 층간 절연막의 파손이나 단선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TEM은 원자 단위 수준의 구조 분석이 가능해, 나노스케일에서의 박막 두께, 결정 구조, 계면 결함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로 소자 구조 분석에 활용됩니다. FIB는 이온빔을 이용해 정밀하게 샘플을 절단하고 가공하는 장비로, TEM 샘플 제작, 미세 단면 가공, 국부 식각 등 다양한 분석 준비 과정에 필수적입니다. EDS나 Auger 분석은 단면에서 관찰된 특정 이물질이나 결함의 성분 분석에 사용되며, 금속 오염, 산화, 전이금속 잔류 등 불량 원인을 화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물리 분석 기법은 고장 분석의 마지막 단계로서, 단순한 위치 식별을 넘어서 실제 원인 규명과 개선안 도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고객사에 제출하는 품질 리포트나 내부 공정 개선 자료로도 활용되며, 반도체 제조 품질 향상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