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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과 정책지원 변화 (정책 기조 변화, 주요국, 대응 및 과제)

by memo0704 2025. 12. 6.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을 지키는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AI·전기차·5G 등 신산업 확산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지원이 대대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초기 진입 장벽이 높고, 기술 개발과 생산 설비 구축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 단독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이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대규모 재정 투입과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인력 양성 정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정책 흐름을 분석하고, 미국·중국·EU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 그리고 한국의 대응 전략 및 변화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 변화

2020년 이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는 ‘시장 주도’에서 ‘국가 주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 분쟁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 가전, 통신, 국방 분야까지 반도체 부족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각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자국 내로 회귀시키기 위한 ‘리쇼어링’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자급자족 체계와 핵심 기술 내재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산업이 자국 내에 일정 수준 이상 존재해야만 미래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와 함께 정책은 단순한 보조금 차원을 넘어, 규제 완화, R&D 인프라 구축, 클러스터 조성, 전문 인력 확보 등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민간 중심의 경쟁 산업’이 아니라, ‘국가 주도형 전략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반도체 정책 변화

미국은 2022년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과시키며, 향후 10년간 527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명문화했습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제조시설 유치를 위한 보조금, 세액 공제(25% 투자세액공제), R&D 투자 확대,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에 반도체를 핵심 산업으로 포함시키고, SMIC, YMT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국가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장비·소재·설계까지 전 영역에서 자립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도 인프라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EU Chips Act’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430억 유로 규모의 공공 및 민간 자금을 투입하며, 인텔의 독일 공장 설립, ST마이크로-글로벌파운드리 합작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반도체 부흥을 위해 2020년대 중반까지 1조 엔 이상의 정부 지원을 집행하고 있으며, TSMC, 래피더스(Rapidus), Kioxia 등과 협력하여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은 반도체 산업의 ‘자국화’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 지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정책 대응 및 과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와 장비·소재 분야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반도체 전 주기 생태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2021년 발표된 K-반도체 전략은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강국’을 목표로, R&D 세액공제 확대, 시설 투자 세제 혜택, 수도권 규제 완화,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덕연구단지와 판교 시스템 반도체 허브 연계, 지역 거점 대학의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실질적인 인프라 확충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구조적 과제가 존재합니다. 첫째, 반도체 전공 인력 부족 문제입니다. 학부·대학원 수준에서 반도체 전문 교육과 연구가 부족하고, 산업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배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둘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 문제입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판로 개척, R&D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이 필요합니다. 셋째, 장기적인 R&D 투자와 기술 자립입니다. 미세 공정, AI 반도체,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미래 기술에서 선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관 공동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필수입니다. 넷째, 민간 기업의 투자 리스크 완화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안정성과 인허가 간소화, 기반 인프라 확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향후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전 산업계의 참여를 유도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절실합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정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각국은 대규모 정책 패키지를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성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더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입체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이 이루어질 때, 한국은 메모리 중심의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