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은 정밀하고 복잡한 공정이 수십 단계를 거쳐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순도 화학물질의 사용 후 폐액, 식각 및 세정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 반응 부산물, 사용된 포토레지스트, 고체형 폐기물(웨이퍼 조각, 필터 등), 반도체 장비 유지관리 중 배출되는 폐유 및 금속류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반도체 폐기물은 일반 산업폐기물과 달리 고위험 화학성분, 미세입자, 독성가스 등을 포함할 수 있어, 정확한 분류 및 처리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더욱이 ESG 경영과 탄소중립 목표가 산업 전반에 요구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단순한 폐기물 배출 저감 차원을 넘어, 폐기물의 무해화, 자원화, 재사용 등을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폐기물 처리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반도체 제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종류, 처리 기술별 방식과 사례, 그리고 폐기물 자원화 및 미래 방향성에 대해 상세히 살펴봅니다.
반도체 공정별 폐기물 유형과 특성
반도체 제조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전공정과, 칩을 완성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며, 각 단계에서 폐기물의 유형과 특성이 달라집니다. 전공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폐기물은 액체 폐기물, 즉 폐산, 폐알카리, 유기용제 등의 혼합 폐액입니다. 이는 식각, 세정, 증착, 리소그래피 공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화학약품이 공정 후 배출되는 것으로, 고농도 유기화합물, 불소, 중금속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처리 과정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안정성이 요구됩니다. 또한 반응 부산물로 생성된 미세입자 및 슬러지, 포토레지스트 폐액, 산화막 제거 잔여물 등도 고체형 폐기물로 분류되며, 이들은 일정한 농도로 응집되거나 건조된 형태로 수거됩니다. 후공정에서는 폐금속(납, 구리, 은 등), 폐납땜 재료, 사용된 패키징 자재, 절단된 웨이퍼 조각 등이 주요 폐기물입니다. 특히 반도체 장비 내부의 필터, 가스 스크러버, 오염된 케이블 및 튜브류도 주기적으로 교체되어 폐기되며, 고성능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정기적인 교체 부품도 상당한 고형 폐기물량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위험 등급이 나뉘며, 지정폐기물 또는 유해물질로 분류되는 경우 철저한 전처리 및 중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폐기물 처리 기술: 중화, 흡착, 고온소각, 습식처리
반도체 폐기물은 그 위험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다단계 처리 기술이 요구되며, 대표적으로 중화, 흡착, 응집침전, 열처리, 습식분해 기술 등이 조합되어 사용됩니다. 액상 폐기물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처리는 산·염기 중화입니다. 강산 또는 강알카리 성분의 폐액은 중화제를 사용해 pH를 조절한 후 침전시켜 불용성 고형물로 전환시키고, 이 고형물은 탈수 및 건조 과정을 거쳐 지정 폐기물로 외부 위탁 처리됩니다. 고농도 유기 폐액은 활성탄 또는 합성 고분자 흡착제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며, 이후 분해 가능한 물질은 생물학적 처리(Bio-treatment)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가스 스크러버나 습식 세정장치에서 수거된 유해가스 성분은 산화촉매를 이용한 고온 분해 기술, 또는 저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무해화 공정을 통해 처리되며, 이는 특히 NF₃, CF₄ 등 온실가스 성분의 저감에 필수적입니다. 고체형 폐기물은 대부분 소각 또는 안정화 고형화(Solidification)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열에너지로 재활용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폐기물 성분 분석 시스템이 도입되어, 폐기물의 화학적 성분을 자동 분류하고 최적의 처리 방법을 선택하는 스마트 폐기물 처리 시스템도 실증 중에 있습니다. 처리 후 방류되는 물은 법적 기준 이하로 중금속, COD, BOD, SS 등을 저감한 상태에서 폐수처리장으로 이송되며, 일부는 재이용수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폐기물 자원화 및 순환경제 기반 기술
단순 처리 중심의 폐기물 관리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향은 바로 폐기물 자원화(Waste-to-Resource)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고순도의 금속, 희귀화합물, 세라믹 소재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폐기물 속에도 회수 가능한 자원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재활용함으로써 환경 영향을 줄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웨이퍼 절단 후 남는 실리콘 조각은 세척과 표면 처리 후 태양광 웨이퍼의 원재료로 재활용되며, 사용 후 폐기된 고가의 금속 마스크, 포토마스크, 챔버 내벽 등은 고온 용해 및 전기분해를 통해 귀금속을 회수합니다. 또한 CMP(화학적 기계 연마) 공정에서 배출되는 슬러리는 미세 연마재(알루미나, 실리카 등)를 재정제하여 재사용하거나, 건설 자재 첨가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액체 폐기물 중에서는 고농도 유기물과 무기산을 분리 정제해 화학약품으로 재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는 재처리 비용보다 저렴한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기물 자원화는 단순히 친환경적 접근을 넘어, 반도체 기업의 ESG 전략에서도 핵심 요소로 간주됩니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차원의 탄소중립과 자원 순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폐기물의 자원화율을 KPI로 설정하거나, 국제 환경인증(예: ISO14001, GRI 기준)에서 자원 회수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폐기물 발생 단계부터 ‘디자인 포 리사이클’ 개념을 도입하여, 폐기물 자체를 줄이고 자원 회수 효율을 높이는 설계 방식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폐기물 처리 기술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제품 수율, 공정 안정성, 사회적 책임 이행과 직결되는 필수 기술 분야입니다. 정교한 공정에서 발생하는 복합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나아가 자원화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혁신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입니다. 향후에는 처리 효율과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한 스마트 폐기물 처리 기술, 자원순환형 설계, 그리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이행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적 투자와 함께, 투명한 공시 및 사회적 신뢰 확보를 통해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