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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 전략과 한국 대응

by memo0704 2025. 11. 15.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 전략과 한국 대응 관련 사진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던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메모리 시장 경쟁력 하락, 미일 반도체 협정, 구조적인 투자 감소 등으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반도체를 다시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부활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중 기술 경쟁, 첨단 기술 내재화에 대한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TSMC 등 글로벌 기업 유치와 R&D 강화, 반도체 소재·장비 경쟁력 재강화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역사, 현재 추진 중인 부활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해 분석합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과거 위상과 몰락 배경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도시바, NEC, 히타치, 후지쓰 등 대형 전자 기업들이 DRAM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미국을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게 되는데, 그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체결로 일본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줄이고 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도록 강제되면서 수출 기반이 약화되었습니다. 둘째, 민간 기업들의 기술 투자 및 전략적 방향이 분산되었고, 파운드리 중심의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IT 시장이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이동하면서 설계, 소프트웨어, 종합 플랫폼 경쟁력에서 뒤처졌습니다. 이로 인해 도시바, 엘피다, 르네사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구조조정 또는 사업 축소에 들어갔고, 이후 한국, 대만,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메모리 부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파운드리는 TSMC, 시스템 반도체는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일본의 위상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 정부 중심의 산업 재편

2020년대 들어 일본은 반도체 산업을 다시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산업 재건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공급망 불안과 미중 기술 전쟁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자립과 첨단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약 10조 엔(약 9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을 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고 있으며,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글로벌 기업 유치 및 생산기지 확보

일본은 TSMC와의 협력을 통해 구마모토현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했으며, 제1공장(JASM)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입니다. 이어 제2공장 건설도 확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일본 내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능력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에 대해 약 4760억 엔(약 4조 5천억 원)을 지원했으며, 인텔,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2. 라피더스(Rapidus) 설립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

2022년 일본 정부와 도요타, 소니, NTT, Kioxia 등 8개 주요 기업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라피더스(Rapidus)’는 일본의 종합 반도체 기업 부활을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협력하여 2나노 이하 선단 공정 반도체를 개발하고,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일본 정부는 약 3천억 엔 이상의 직접 지원을 하며, 일본판 ‘TSMC’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소재·장비 기술력 강화 및 고도화

일본은 여전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JSR, TOK, 스텔라케미파, 도쿄일렉트론(TEL), 스미토모화학 등은 EUV 포토레지스트, 식각가스, 웨이퍼, 증착 장비, 세정 장비 등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술 난도가 높아 대체가 어려운 품목들이 많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첨단 공정 대응 소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외 기업과의 공동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4. 반도체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 투자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연구소, 민간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등 주요 대학에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며, 차세대 공정 개발을 위한 국책 연구소(NEDO, AIST 등)를 중심으로 2nm, 3D IC, 광컴퓨팅 등 미래 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력 유치와 양성을 위해 해외 석학 초빙, 산학 연계 프로그램 확대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대응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은 단순한 국내 시장 재건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공조, TSMC와의 협력, 소재 장비 중심의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은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극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중심의 제조 집중 구조가 미국, 일본, 유럽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도 일치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이 도전과 기회의 요소를 모두 포함합니다. 일본이 소재·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재확인하고 첨단 공정 개발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독자 전략 강화가 필요해집니다. 반대로 일본과의 소재·장비 협력, 연구개발 공조, 공급망 공동 대응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한때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선단 공정 기술 확보, 글로벌 기업 유치, 소재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재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전략으로 평가해야 하며, 향후 5~10년 간 일본이 얼마나 내재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