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은 공정 미세화가 진화할수록 성능 향상과 에너지 효율 개선, 칩 소형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옵니다. 현재 상용화된 가장 앞선 기술 중 하나가 바로 ‘3나노(nm) 공정’입니다. 이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길이가 약 3나노미터 수준이라는 뜻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3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극미세한 구조입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데에는 고난도의 장비, 소재, 설계 기술이 요구되며,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첨단 기술력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3나노 공정 기술의 개요, 주요 기업들의 경쟁 현황, 그리고 미래 기술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3나노 공정 기술의 특징과 진화 배경
반도체의 ‘공정 노드’는 일반적으로 트랜지스터 크기나 회로 간격을 의미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미세한 공정을 의미합니다. 3나노 공정은 기존의 5나노, 7나노보다 한층 더 작아진 구조를 적용한 것으로,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연산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일 수 있습니다. 3나노 공정에서는 기존 평면형(FinFET) 트랜지스터 구조를 넘어선 ‘GAA(Gate-All-Around)’ 구조가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GAA는 트랜지스터 채널을 사방에서 게이트가 감싸는 구조로, 전류 누설을 줄이고 제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MBCFET(Multi-Bridge Channel FET)이라는 독자적 GAA 구조를 적용하여 3나노 시대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3나노 공정의 기술적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면적 대비 트랜지스터 수 증가 → 고성능 구현
- 전력 효율 최대 30~50% 개선
- 동작 속도 향상 → 저전력 고속 프로세서 구현
- 신호 간섭 감소 및 회로 간 밀집도 증가
하지만 이러한 이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GAA 기반의 설계 최적화, 리소그래피 공정 정밀도 확보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연구개발 비용이 막대한 분야입니다.
삼성전자 vs TSMC: 3나노 공정 경쟁 구도
현재 3나노 공정 기술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입니다. 두 기업은 각각의 기술 철학과 로드맵을 바탕으로 3나노 시대를 주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IT 기업들의 칩 생산 파트너로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공정 기반의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삼성의 GAA 기술은 MBCFET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기존 FinFET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45% 줄이고 성능은 최대 23% 향상, 면적은 최대 16%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시스템 LSI 사업부 및 고객사에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칩을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엑시노스(AP), 고객사용 모바일·AI칩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고객 확보 면에서는 제한적이며,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고객 맞춤형 최적화 공정 제공에서 TSMC에 비해 과제가 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TSMC
TSMC는 2022년 하반기부터 3나노 공정 ‘N3’ 시리즈의 양산을 시작하였으며, 애플, AMD,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상용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TSMC의 N3 공정은 FinFET 기반의 고도화된 구조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GAA 기술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TSMC는 초기 N3 공정보다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는 N3E, N3P, N3X 등의 세부 공정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의 M 시리즈 칩 생산에 3나노 공정을 적용하면서 수율, 성능, 안정성 면에서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차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기술적 선도 의지를 강조
- TSMC는 안정된 FinFET 기반으로 고객 신뢰를 우선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GAA로 전환
- 삼성은 종합 반도체 기업(IDM), TSMC는 순수 파운드리로서 고객 중심 전략 차이
미래 전망과 기술 경쟁의 향방
3나노 공정은 단순한 미세화가 아닌,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의 전환점이라는 의미에서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GAA 구조가 본격 도입되면서, 반도체 설계 방식, EDA(전자설계자동화) 툴, 소재 및 패키징 기술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혁신이 동반되고 있습니다. 3나노 이후에는 2나노, 1.4나노 공정으로의 진입이 예고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소재(나노시트, 탄소나노튜브 등), 후공정 통합 기술(3D 패키징, 칩렛 구조), 고효율 설계 기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양자 터널링, 발열 문제, 수율 저하 등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은 단순 공정 축소를 넘어 시스템 설계와 패키징의 융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TSMC가 안정성과 고객층 측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삼성전자는 GAA 공정과 설계-제조 통합 구조를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인텔 또한 2024~2025년 사이에 자체 3나노급 공정(20A, 18A)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3나노 공정은 단순히 작아진 회로가 아니라, 새로운 반도체 시대의 서막을 여는 기술적 진화의 상징입니다. 이 기술 경쟁은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며, 향후 AI, 6G, 자율주행, 고성능 컴퓨팅(HPC) 등의 핵심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각국과 기업들은 미세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의 기술 리더십 경쟁이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